2007 vs 2020 : 후지쯔 P1510 vs 아이패드 프로 비교 리뷰 by 떠돌이

흔히 사람들은 기술은 언제나 빠르게 발전한다고들 합니다. 특히 소비자 가전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죠. 하지만 우리도 그 빠른 시간 속에 같이 살고 있는 몸이다보니 기술 발전의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진 보관함에서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제가 사용하던 컴퓨터 책상을 찍은 사진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새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2007년에 쓰던 데스크탑 환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각각 설명을 드리자면 메인 노트북은 후지쯔 P1510이라는 태블릿 PC이고, 왼쪽에는 그 당시 쓰던 핸드폰(CYON)이 있고 오른쪽에는 이름 모를 삼성 번들 마우스가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뒤쪽에는 치즈 스냅이란 웹캠과 아이팟 셔플 충전기가 같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진이 신기했던 이유는 정확하게 이 사진을 보고 있는 순간 제 책상 환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메인에는 태블릿 PC가, 왼쪽에는 에어팟이, 오른쪽에는 마우스를 쓰고 있는 똑같은 풍경이었습니다. 물론 전부 애플 것으로 바뀌긴 했지만(...)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며 사람의 취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

물론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사진에 있었던 웹캠이나 아이팟 셔플 같은 MP3 플레이어의 경우는 2020년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아이패드 프로나 아이폰으로 통합되어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럿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던 선들은 아예 무선으로 대체되어 훨씬 깔끔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2007년과 2020년의 제 작업 환경은 뭔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발전한 걸 알 수 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어떤 부분이 얼마만큼 발전했으면서도 또 어떤 부분은 그대로인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제 작업 환경 중 가장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두 컴퓨터, 후지쯔 P1510(2005)과 애플 아이패드 프로 11인치(2018)를 비교해보며 13년간의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어디로 향했는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두 제품 간에는 13년의 격차가 있는 만큼 게임이 안되겠지만 같이 ‘그땐 그랬지’ 같은 추억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수 소개 - 2007년 후지쯔 P1510 (출시 : 2005년)


후지쯔 P1510은 후지쯔의 소형 노트북 브랜드 라이프 북 브랜드로 나온 초 경량 노트북이었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태블릿 PC라는 폼팩터의 가장 초기형 모델 중 하나입니다. 무게는 990g의 초경량을 달성했고, 터치스크린이 달려 있었으며 힌지를 스위블하여 화면에 필기를 하는 지금의 2 in 1 폼팩터의 초기형 모델입니다.

P1510이 출시 되었던 당시는 태블릿 PC의 반짝 황금기였던 때로 빌 게이츠 형님이 계시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처음 제시했던 아이디어대로 여러 태블릿 PC가 만들어지던 때입니다. 빌 게이츠는 키보드 조차 탑재되어있지 않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컴퓨터에 윈도우 운영체제를 올려서 사용하게 하는 오리가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처음 발표했었는데 p1510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만들어진 태블릿 PC입니다.
빌게이츠 손에 들린 PC가 오리가미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입니다.

그 당시 랩탑으로서는 상당히 극단적인 모델인데, 일단 이 제품이 가장 극단적으로 줄인 것은 바로 무게였습니다. 배터리 포함 990g의 무게는 당시 랩탑으로서는 초경량에 속하는 모델이었죠.(참고로 2008년에 나온 맥북 에어도 1.3kg이었습니다.) 부피도 컴팩트해서 8.9인치의 스크린을 자랑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사이 어딘가의 화면에 가깝겠네요.

저는 노트북은 무조건 가벼워야한다는 지론이 있어서 제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던 노트북이기도 합니다. 저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많이 형성해서 walkpc.com(지금은 사라진)이라는 커뮤니티가 시작된 모델이기도 했죠. 이후 해당 라인은 P1510, P1610, P1620 등의 후속 모델이 나왔지만, P1510만큼의 인기를 누리진 못했고 이후 후지쯔가 국내에서 노트북 사업을 아예 철수하면서 해당 모델 후속 라인업도 단종되었습니다.

선수 소개 - 2020년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출시 : 2018년)


아이패드 프로야 뭐 설명이 필요할까요? 후지쯔 p1510 등을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에 주창한 태블릿 PC 1세대들이 황혼 길을 걸을 때쯤, 애플은 2010년에 아이패드라는 물건을 발표하면서 다시 태블릿 PC라는 개념에 불을 당깁니다. 애플이 태블릿 PC를 만들게 된 계기가 MS 고위 직원이 스티브 잡스에게 자사의 ‘어설픈 태블릿 PC’ 자랑을 늘어놨기 때문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도 스티브 잡스 전기에 나오죠. 아이폰도 태블릿 PC를 만들던 중에 나오게된 아이디어라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P1510과 비교했을 때 아이패드는 거의 직접적으로 후지쯔 p1510 같은 태블릿 PC의 후속 기기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MS에서 주창한 태블릿 PC가 안고 있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집중했죠. 고해상도, 오래가는 배터리, 적절한 성능에 그럼에도 무게도 상당히 가볍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와 p1510은 출시 시간 차이가 어마어마해보이지만 아이패드 1세대와 비교한다면 5년 정도의 차이 밖엔 나지 않습니다. 5년동안 아이패드는 p1510 같은 태블릿 PC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켜놓았습니다.

아이패드 라인업의 최고급 기종인 아이패드 프로는 좀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기존 랩탑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주장에 의하면 현존하는 92%의 노트북보다 빠른 성능을 갖고 있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죠. 이미 태블릿 PC 영역에서는 비교할만한 경쟁자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직 태블릿 PC의 꿈을 버리지 못한 MS에서도 서피스와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서피스는 태블릿 PC보다는 랩탑에 가까운 물건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P1510 vs 아이패드 프로 비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p1510과 아이패드 프로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p1510은 제가 썼던 기기이긴 하지만 워낙 오래되어 기억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예전 노트기어의 리뷰를 대부분 참고하였습니다.


P1510과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비교 리뷰는 각각 다음 항목으로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각 항목별로 각각의 특징을 설명한 뒤 종합 평가 항목인 ‘얼마나 좋아졌나?’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당연히 13년 후에 나온 p1510보다 아이패드 프로가 좋을 것이므로 과연 얼만큼 발전했는지에 대한 점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 성능
2. 무게 및 디자인
3. 가격
4. 배터리
5. GPS
6. 발열과 소음
7. 태블릿 모드

성능


후지쯔 P1510은 인텔 초저전압(ULW) 753 CPU를 탑재했고, 기본 램은 512 MB 입니다. 그에 비해 아이패드 프로는 A12X에 4기가 램을 탑재하고 있죠. 그래픽 성능도 P1510은 GMA 915 아키텍쳐의 그래픽을 탑재하고 있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A12X에 포함된 그래픽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펙을 열거하긴 했지만 이 두 기기는 아예 아키텍쳐가 다릅니다. 하나는 인텔 기반의 초저전력 CPU를 쓰고 있고 하나는 ARM 기반의 APU를 쓰고 있지요. 그래서 수치적인 성능으로 간단히 몇배나 차이가 날지 비교하기는 애매합니다. 다만, 크로스 플랫폼 간 성능 비교시 자주 사용되는 Geekbench를 통해 대략적인 비교는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p1510에 윈도10을 설치해서(!) geekbench 4를 돌린 용자가 있어 기록을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후지쯔 p1510의 Geekbench 4 결과는 싱글코어 575점, 멀티코어 548점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멀티코어가 떨어진 이유는 애초에 P1510의 CPU는 싱글코어이기 때문입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유행하기 훨씬 전의 모델임을 알 수 있죠.

반면 아이패드 프로의 Geekbench 4 결과는 싱글코어 5030점, 멀티코어 17,914점으로, 약 p1510의 10배 ~ 32배에 달하는 성능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약 13년간 두 기기간 컴퓨팅 성능은 최대 30배 정도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크로스플랫폼간 geekbench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p1510과 아이패드간 시간의 격차가 너무 큰 상태라 가장 비슷하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geekbench 4 점수였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 최대 32배 성능 향상

무게 및 디자인


P1510은 기본적으로 소형 랩탑의 폼팩터를 갖고 있습니다. 가로 232 x 세로 166.5 x 두께 36.5mm 이고 가장 극단적으로 줄인 무게는 990g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P1510의 무게는 현대의 랩탑 기준에서도 상당히 극단적으로 줄인 무게인데, 그만큼 이동과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입니다. 다만 그 당시의 보드 크기로서는 8.9인치 랩탑에 다 우겨넣기는 무리였는지, 그 대신 보드를 두겹으로 쌓는 방식의 설계를 채택해서 그만큼 두께가 어메이징하게 두꺼워졌습니다. 두께는 무려 36.5mm. 3cm입니다. 3cm.
맥북에어와 두께 비교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유명한 랩탑인 맥북 에어(2008)이 출시되었을 때 스티브 잡스는 맥북 에어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 얇은 노트북으로 칭했습니다. 맥북 에어의 무게는 1.3kg로 확실히 가볍지는 않았지만 두께는 상당히 얇았죠. 지금도 휴대성을 강조한 대부분의 랩탑은 무게보다 두께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볼 때, p1510의 디자인은 지금 봤을 때는 약간은 과도기적인 느낌이 듭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를 기준으로 볼 때 가로 247.6mm x 세로 178.5mm x 두께 5.9mm의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P1510과 비교해보면 1cm 씩 넓어지고, 두께는 6배나 얇습니다. 그리고 무게는 471g으로 약 절반 정도가 가벼워졌습니다. 여기에 키보드를 결합하면 768g으로 늘어나긴 하지만 여전히 P1510의 무게에 비교할 바는 아니죠. 배젤의 얇음으로 인해 크기는 1cm 차이로 비슷해보이는데 화면 크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큽니다. p1510은 8.9인치 짜리 아이패드 미니보다 약간 큰 화면을 갖고 있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 화면을 갖고 있습니다.

크기는 좀 커졌지만 무게는 가벼워지고, 두께도 얇아졌는데 화면은 커진걸보면 정말 공학의 승리가 따로 없네요.

얼마나 좋아졌나? 6배 얇아지고 2배 가벼워짐

배터리


p1510은 기본적으로 3셀 배터리를 구성품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3셀 배터리를 장착해야 무게가 990g이 되었죠. 그리고 별도 판매 품목으로 6셀 배터리를 팔았는데 이 대용량 배터터리를 장착하면 앞 부분이 튀어나오고 무게가 1.2kg 늘어나긴 하지만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노트기어

문제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인데요, 기본 배터리는 약 두시간 밖에 연속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마저도 무선랜 같은 것을 연결해서 인터넷을 하는 등 실사용 시간으로 따진다면 1시간 20분 정도 밖에 지속되지 않았죠. 대용량 배터리는 그래도 3시간~4시간 정도까지 확장이 가능하지만 무게가 많이 늘어나 그만큼 휴대성이 떨어졌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애플에서 밝힌 스펙은 10시간 정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른 제조사와 달리 애플의 배터리 사용 시간 테스트는 실 사용 기준과 어느 정도 비슷한 특징을 띄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패드 모델에 비해서 아이패드 프로는 배터리가 빨리 닳는 느낌이긴 하지만, 실 체감 시간은 거의 10시간은 가까이 지속 됩니다. 적어도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 다니면서 전기 콘센트를 찾아다니는 일은 없었습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5배

가격


P1510의 가격은 그 당시 물가 수준으로 봤을 때 하이엔드 노트북 이상의 가격이었습니다. 후지쯔에서 출시했을 당시 국내 가격은 199만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가벼운 무게와 터치스크린, 그리고 1세대 태블릿PC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곤 하지만 너무나도 비싼 가격이었죠.

사실 빌게이츠가 꿈꿨던 태블릿PC의 미래에서 이런 접근성 떨어지는 가격은 예정에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모두가 친근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태블릿 PC를 실현하기에는 당시로서는 한계가 너무 뚜렷했고 그 한계를 넘기 위한 비용은 너무나도 강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너무 비싸서 병행 수입 모델이었던 p1510D(무선랜과 저장공간이 다른)를 사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비싼 가격으로 유명한 아이패드 프로는 어떨까요? 제가 쓰고 있는 2018년 아이패드 프로 기본형의 가격은 999,000 이었습니다. P1510에 비해 액면으로도 100만원이나 쌉니다. 물론 아이패드에는 추가되는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나 애플펜슬 같은 악세사리를 추가하면 가격은 좀 더 비싸지긴 하지만 10년 전의 물가 수준과 비교하자면 거의 절반 정도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2배

GPS


요즘에야 자동차에 PC 시스템이 깔려있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의 발전 덕분입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연결해 네비처럼 사용하거나 Car Play 같은 카 인포 시스템에 연동해서 사용하죠. 일부 고급형 자동차의 경우 아예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내장되어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말만 하더라도 자동차에 PC를 탑재하는 것은 얼리어답터들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P1510이 출시되었던 당시만해도 태블릿 PC를 자동차에 연결해서 네비처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P1510도 노트기어 리뷰에서 GPS를 연결해서 네비게이션처럼 쓰는 사례가 등장합니다.
이미지 출처 : 노트기어

근데 P1510은 GPS가 내장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GPS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CF 카드 슬롯을 열어서 별도의 모듈을 꽂아야 가능했죠. 바로 이 사진처럼 흉한(?) 안테나를 가진 모듈을 꽂고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유료 내비게이션(상당히 비쌌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배터리도 얼마 안가기 때문에 별도의 카 어댑터를 설치했어야 했죠.

아이패드 프로는 어떨까요? 이미 GPS 모듈은 세상의 모든 스마트폰에 설치되어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도 그 기반을 아이폰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GPS가 내장되어있습니다.(셀룰러 모델 한정). 별도의 안테나도 불필요하고, 내비게이션 앱은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 애플 지도 등이 잘 되어있고 심지어 무료입니다. 사용자가 할 일은 좋은 거치대를 사서 차에 붙이는 것 뿐이죠. 새삼 이렇게 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네요.

얼마나 좋아졌나? 비교불가
(GPS 모듈 + 내비게이션앱 설치 비용 vs 0 원)

발열과 소음


P1510 시절의 인텔 CPU는 모바일 CPU의 태동기에 있었습니다. 초저전력(ULV) CPU가 막 출시되는 그런 시기였죠. 이미 성능 경쟁에 있어서 AMD는 저 멀리 탈락한 후였고, 인텔은 그런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성능보다 휴대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센트리노 인증”을 통해 휴대성 높은 컴퓨터를 인증하기도 했었죠.

P1510도 그 당시 센트리노 인증을 받은 컴퓨터였습니다. 센트리노 인증은 인텔이 인증한 모바일 컴퓨터라는 일종의 자격이었는데, 초 저전력 인텔 CPU, 인텔 메인보드, 인텔 무선랜칩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컴퓨터만 센트리노 인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P1510의 CPU에서 나오는 발열은 모바일 컴퓨터로서는 매우 실망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사용을 해도 팜레스트 발열은 39도 정도(저온화상 가능)를 계속 유지하는 수준이었고 그로 인한 팬 소음은 평균 65.4 db을 기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뻥 조금 보태면 계란 삶아 먹을 수 있던 수준이었죠.

아이패드 프로에는 물리적으로 열을 빼기 위한 팬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아이패드 프로의 발열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고사양의 게임을 해도 발열이 크게 심하지 않은데다 그로 인한 쓰로틀링도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제가 아이패드 프로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P1510 쓸 때 발열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죠. P1510과 비교해서 속도는 30배 빨라졌는데 발열은 이 정도로 줄어들다니.. 애플이 왜 맥에서도 인텔을 버리고 ARM으로 이주하려고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비교불가
(방열 팬이 아예 사라짐)

태블릿 모드


태블릿 PC는 기본적으로 키보드 없이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으로 상호 작용하는 컴퓨터를 의미합니다. P1510과 아이패드 프로는 둘 다 태블릿 PC인만큼 태블릿 모드를 잘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노트기어

P1510은 스위블 액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목 부분을 돌려서 접으면 키보드를 디스플레이 뒤로 숨길 수 있는 형태죠. 목이 비교적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설계를 갖고 있어서 태블릿 모드 상태에서는 따로 걸쇠를 걸어서 고정 시켜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노트기어

하단에 있는 구멍에는 검은색 스타일러스가 내장되어있어서 필기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었죠. 감압식 스크린 방식이라 전용 스타일러스 말고도 모든 뾰족한 물체를 필기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노트기어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에도 키보드 케이스를 끼고 있는 상태에서는 키보드를 디스플레이 뒤로 돌려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의 P1510과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키보드 조차 떼버릴 수 있다는 점이죠.

P1510의 태블릿 모드는 나쁘진 않았지만 불필요하게 키보드를 계속 유지해야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들고 쓰는데 적합한 무게와 두께는 아니었습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는 키보드를 원하면 아예 떼버릴 수 있는 형태를 갖고 있어서 완벽한 태블릿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좋아졌나? 비교불가
(키보드조차 떼버릴 수 있는 궁극적인 태블릿 모드)

마무리


두 기기는 13년의 출시 시기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아이패드 프로가 좋은게 당연하겠지만, 이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발전한 분야도 보기 드뭅니다. 초기의 태블릿 PC와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를 비교해보면 지금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보드를 뒤로 넘겨서 태블릿처럼 쓰거나 조개 모양의 랩탑처럼 쓰는 방식에 있어서는 두 기기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근데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재미있는 흐름이 있는데요, 성능은 30배 정도 좋아졌고, 두께나 배터리 같은 부분도 6배 정도 좋아졌는데, 모두 프로세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바로 P1510은 인텔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랩탑이고, 아이패드 프로는 ARM 기반의 모바일 CPU라는 점이죠.

인텔 CPU도 시간이 흐르면서 고성능 저전력을 어느정도 달성하긴 했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의 자체 칩으로 놀라울 정도의 전성비를 달성했습니다. 단순 벤치마크 상 비교로는 맥북 프로 수준인데 전력은 말도 안되게 줄어드니 배터리가 오래가고, 배터리가 오래가니 용량을 줄여서 두께가 가벼워지고, 두께가 가벼워지니 덩달아 무게도 줄어드는 식인 것이죠. 이렇게 놓고보면 P1510 같은 초기 태블릿 PC가 아이패드 프로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은 ARM 기반 CPU의 힘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13년의 기술 발전은 성능 뿐 아니라 접근성을 낮추는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P1510은 199만원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발전한 아이패드 프로는 키보드를 합쳐도 120만원 정도의 가격입니다.(그것도 비싸다고 까이고 있지만..) 발전하지 않는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성능은 30배 넘게 좋아지고 더 가벼워졌음에도 가격도 저렴해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수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13년 후, 2033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맨 처음 나왔던 사진처럼 컴퓨팅 환경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지금처럼 속도나 무게 정도만 가벼워지는 정도일까요? 아니면 안경 같은 디바이스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세상이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2007년에서 2020년의 변화처럼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환경이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이패드처럼 본체는 지극히 심플하게 핵심만 남게 되고 상황에 따라 키보드, 외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악세사리들을 갖추게 되는 모듈 컴퓨팅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덧글

  • 자그니 2020/06/15 03:08 #

    아니 저 두 제품을 비교하시면 반칙 아니십니까....ㅋㅋㅋ
  • 떠돌이 2020/06/15 17:35 #

    이미 결과는 보나마나이긴 하지만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했습니다 ㅋㅋ
  • 핑크 코끼리 2020/06/15 08:07 #

    후지쯔의 저 기기는 처음보는데 저런게 있었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외로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어보여서 더 놀랍습니다. 13년인데 아이디어는 그대로고 구현하는 방법의 개선이 된거군요!
  • 떠돌이 2020/06/15 17:36 #

    의외로 사람의 습관이란게 잘 안바뀌는 것인지 아이패드도 자꾸 기존의 랩탑 형태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보이죠. 앞으로도 컴퓨터의 폼팩터는 비슷한데 성능만 좋아지는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휴메 2020/07/01 22:56 #

    P1510은 학생때 교수님이 쓰시는거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 떠돌이 2020/06/15 17:37 #

    교수님이 얼리어답터셨군요. 나름 흥행하긴 했지만 상당히 매니악했던 기기인데..
  • 타마 2020/06/15 10:59 #

    아이패드한테 압도적으로 뚜들겨 맞는... ㅠㅜ
  • 떠돌이 2020/06/15 17:37 #

    13년의 격차는 어쩔 수 없습니다..ㅠㅠ
  • 천하귀남 2020/06/15 13:25 #

    저역시 한때 후지쓰의 P1010 사용했는데 저것보다 더 구린 물건입니다. 이글루스 페이지 접속하는데 30초 걸리더군요.
    후임으로 와이브레인 B1들였는데 이건 아직 가지고는 있지만 켜기가 무섭습니다.
    그시절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하긴 했습니다.
  • 떠돌이 2020/06/15 17:40 #

    아 저도 P1510 다음으로 우분투가 설치되어있는 B1L을 잠깐 사용했었습니다. B1L도 B1이랑 운영체제 빼곤 사양은 똑같았을 것 같은데.. 정말 뜨거운 벽돌이 따로 없었죠. 무게는 많이 줄이긴 했는데 모양이 워낙 무시무시하게 생겨서... 결국 몇번 못 쓰고 서랍으로 들어가 있네요.(심지어 이건 지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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