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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5) 리뷰 by 떠돌이

엑스 마키나를 뒤늦게 봤습니다. 엑스 마키나는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로,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밀도 있게 이야기를 담고 있고 전개도 빠릅니다. 무엇보다 시각효과가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뛰어난 시각효과보다도 소재와 주제 자체가 흥미로웠는데요,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세는 인공지능입니다. 특히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에서 이긴 후로 우리나라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가는 중이죠. 우리는 인공지능을 대할 때 호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의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정보량이 월등하기 때문에 인간과 인공지능이 경쟁을 하게된다면(예를 들어 바둑처럼) 인간이 과연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죠.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이 서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대화를 했다는 기사에 보였던 반응도 비슷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진화하였을 때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배를 받게 될거라는 두려움이 흔하게 보입니다.

(덧. 해당 기사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페이스북에서 인공지능 챗봇을 강제로 종료한 이유는 통제 범위를 넘어서서가 아니라, 서로 쓸데없는 말들로 학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챗봇은 헛소리를 해도 일단 알아듣고 최대한 대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특정 인공지능이 버그를 일으켜 헛소리를 시작했고, 헛소리에 대답을 하기 위해 헛소리를 하고 그 헛소리를 학습하면서 쓰레기 데이터가 쌓이고 있었던 것이죠. 페이스북 개발자는 자원을 낭비하기 싫어서 강제로 종료시킨 것입니다.)

엑스 마키나는 조금 특이한 관점에서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느냐 마느냐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사람이 맺게 되는 "관계"와 그로 인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튜링 테스트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개념은 <튜링 테스트>입니다.

튜링 테스트라는 것은 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의 에니그마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던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고안한 개념 실험으로 인공지능의 지능 정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제안된 실험입니다. 실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방 안에 컴퓨터 화면으로 표시되는 문자로 질문자와 답변자가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질문자는 사람 한명이지만, 답변자는 사람일 수도 있고 기계일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사람이 사람인지 기계인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기계였는데도 사람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해당 인공지능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칼렙'은 블루북이라는 페이스북과 구글을 합친 회사에 다니는 프로그래머로 우연히 인공지능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해당 인공지능은 블루북의 CEO '네이선'이 개발한 기계죠. 영화 전체는 주인공이 인공지능과 함께 튜링 테스트를 진행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튜링 테스트가 중요하게 나오긴 하지만 전제가 조금 다른데요, 원래 튜링테스트에서 질문자는 답변자가 기계인지 사람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답변자인 인공지능 AVA가 기계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똑똑히 보면서 진행합니다.

'기계라는 겉모습을 보면서도 사람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인공지능이 정말 뛰어난 인공지능이다'라는 전제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이 영화는 튜링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감정 변화, 태도 변화 등을 흥미로운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1단계 : 호기심
영화에서 주인공은 AVA를 처음 봤을 때 기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당히 뛰어난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각적인 정보로 인해 기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죠. 주인공은 블루북에서도 뛰어난 프로그래머라 AVA를 보면서 작동원리라든지 데이터 수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합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2단계 : 질문
실험이 진행될 수록 AVA와 고차원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고 심지어는 AVA가 주인공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주인공 '칼렙'은 서서히 AVA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근데 갑자기 별안간 정전이 되고(감시자 '네이선'이 불 수 없는 상태가 되고) AVA는 주인공에게 '네이선'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주인공은 '네이선'에게 이 때 일어났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서서히 인공지능을 믿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는거죠.

인공지능을 대하는 3단계 : 공포
영화에서 보면 AVA는 여성형으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연기한 배우가 이쁘기 땜에(...) 당연하지만. 이성애자인 주인공은 AVA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테스트를 다시 돌리기 위해 질문자와 답변자의 관계로 돌리려고 하지만 AVA가 거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4단계 : 공감
AVA는 자신이 '네이선'에 의해 여기에 갇혀 있고 학대 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이야기하죠. 실제로 주인공은 '네이선'이 AVA를 학대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AVA를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시체버리듯(...) 내다버리는 장면을 봅니다. 워낙 인간 같은 기계를 계속보다보니 주인공은 자신도 기계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5단계 : 옹호
주인공은 6차 테스트에서 AVA의 탈출을 돕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AVA는 기계이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인간성을 외면하기 힘들었던 것이죠. 같은 인간인 '네이선'을 배반하고 AVA를 탈출 시키기 위해 보안 장치까지 해킹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매우 인간적인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 보이는 주인공의 태도 변화는 우리가 인공지능을 대하는 변화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저런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이 없기 때문에 저렇게 태도가 변화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리, 챗봇, 스마트스피커 같은 기계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을 봤을 때 우리는 아마 1단계 정도는 확실히 도달한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여러가지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죠. 물론 대중에는 불안감이 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기대감이 더 큽니다.

만약 이런 인공지능 기계들이 더 발전해서 인간적인 모습을 탑재하고 사람 같이 행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2단계에서 3단계 정도의 레벨로 빨리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예전 노키아 계열 핸드폰 브랜드 중에 사치품 라인업인 Vertu라는 핸드폰이 있습니다. 이 핸드폰에는 '컨시어지'라고 해서 시리 같은 개인 비서가 있는데 시리와 달리 이쪽은 사람이 응대를 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작업도 당연히 잘 처리하죠. 현재 아이폰에 있는 전자 비서인 시리가 극도로 발전하게 되면 Vertu의 컨시어지처럼 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그 시리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주인님에게만 드리는 초대박 주식 정보입니다. 아무한테나 말하시면 안돼요."

과연 우리는 이 말을 듣고 애플에 핸드폰의 불량을 신고할까요? 영화속 주인공처럼 이 말을 믿고 주식에 투자를 할까요?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2단계~3단계 레벨로 인공지능을 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엑스 마키나>는 영화를 다 보고난 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시각효과가 뛰어나다는 정보를 알고 봤지만 나중에는 시각효과는 눈에 안들어오더군요. 그만큼 영화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튜링 테스트가 맞지만, 여기엔 또 반전이 숨어있기도 하죠. 여러모로 추천드릴만한 영화입니다.



덧.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라면 '네이선'과 그의 비서 '쿄코'가 영화 중간에 추는 댄스타임을 들고 싶네요.

덧2. <엑스 마키나>라는 제목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번역하자면 그냥 "The 기계" 정도가 되겠네요.

덧3. 근데 하필 AVA를 만든 사람이 왜 페이스북과 구글을 합친 느낌의 검색엔진 회사 "블루북"의 CEO였을까요? 왜 실제로도 인공지능 상용화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선두를 달리고 있을까요? 이 주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글을 쓰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덧4. 아래는 영화의 반전 내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실 생각리하면 아래로 스크롤 하시거나 '더보기'는 누르지 않으시는걸 추천합니다.






























영화 초반에 '네이선'은 주인공에게 튜링테스트라고 말했지만, 사실 튜링테스트가 아니라 AVA의 '쥐 길찾기 실험'이었습니다. 동물 또는 인공지능에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놓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는 실험 말이죠.

'네이선'은 AVA에게 '여기에서 탈출한다'라는 목표를 미리 입력해두었습니다. '네이선'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VA가 주어진 조건들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죠. AVA는 '네이선'이 바랐던 대로 주인공을 유혹해서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을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즉, 영화에서 주인공은 열쇠 내지는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버튼(...)의 역할이었던 것입니다. AVA는 생각보다 훨씬 잘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탈출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헤매는 장면을 보면 AVA는 애초에 목표가 '탈출' 밖에 없었던 기계였다는 점이 더 명백해집니다.

영화에서는 이르집어 주진 않지만 바로 이런 부분이 인공지능과 인간이 궁극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아무리 인간을 유사하게 따라하도록 만든 인공지능이라도 완벽한 '인간성'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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