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시리즈 4 스페이스 그레이 개봉기

11월 2일 드디어 국내에 애플워치 시리즈 4가 출시되었습니다. 전 9월 애플 이벤트 때 애플워치 시리즈 4를 처음 본 후 뽐(?)이 와서 지금까지 총알을 장전하고 있었죠. 9월 이벤트 떄는 애플워치 뿐 아니라 아이폰 XS, XS맥스, XR 등 아이폰 형제들도 같이 출시되었지만 전 처음부터 애플워치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었던 아이폰에 비해 애플워치는 이번에 큰 변화가 있었거든요.






저와 애플워치의 역사는 다소 우여곡절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던 애플워치는 오리지날 1세대였었죠. 처음 애플워치를 샀을 당시만 해도 전 이 제품과 이 카테고리에 대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시계라곤 하지만 매일 충전해야하고, 스마트폰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악세사리 주제에 상당히 비싼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속도도 느렸죠. 무엇보다 같은 일을 하는 경쟁 디바이스들이 반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이미 많이 나와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애플워치에 메리트를 못 느끼고 쓰다가 반품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애플워치를 반품하고 전 바로 페블 타임라운드를 질렀습니다. 애플워치와 달리 배터리도 오래 갔고 더 얇았으며 좀 더 시계 같은 외형을 하고 있던 기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워치와 하는 일은 큰 차이 없었죠. 하지만 페블은 아이폰과 연동되어 뭔가 할만한 앱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기본 기능은 애플워치와 별 차이 없었지만 앱 생태계에 있어서만큼은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고(...)에 혹해서 결국 애플워치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출시된 애플워치 2 시리즈 1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페블 등 경쟁자들보단 비쌌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애플워치를 반품한 후 1년만에 결국 시리즈 1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시리즈1을 들일 때쯤 스마트워치라는 제품에 대한 제 생각도 다소 달라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애플워치라는 제품군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애플워치를 샀을 때는 약간 아이폰과 같은 생각으로 이 제품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처음 써본 순간 이 기기가 내 삶을 바꿔놓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거든요. 그 뿐 아니라 구매하고 난 직후부터 한참동안 재밌게 놀 수 있죠. 근데 스마트워치는 처음 사고 세팅을 마치고 나면 뭔가 할게 없습니다. 다양하게 갖고 놀자니 작은 화면과 제한된 입력 장치 때문에 금방 갖고 놀거리가 떨어지죠. 그러다보면 이 기기가 내 삶에 가져올 변화가 체감되지 않습니다. 그냥 아직은 완성되기에 먼 그런 제품으로 느껴지죠.

하지만 애플워치 > 페블 > 애플워치 시리즈 1을 거치면서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디바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보다 더 오랫동안 사용자의 몸에 밀착되어 있으면서 서서히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고 나아가 삶을 바꿔 나갑니다.

가장 처음에는 점차 핸드폰을 손에 들고다니던 습관이 사라지게 되죠. 그리고 핸드폰이 주머니에 있는 상태에서 많은 작업을 시계로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점점 애플워치가 챙겨주는 건강 체크, 일정 체크에 익숙해집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때로는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보다 스마트워치가 더 편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점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애플워치가 챙겨주는 건강한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느순간부터 손목 위에 이 장치가 없으면 매우 불편한 지경에 이르면서 알게 모르게 바뀌어갑니다.

애플워치 시리즈1을 사면서 저도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는 이 시계 없이는 상당히 불편해질 지경에 이르렀죠. 물론 페블도 비슷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애플워치는 아이폰 특유의 앱 생태계와 애플의 사용자 경험 설계가 만나면서 좀 더 이런 경험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다른 경쟁자보다 비싼건 이런 값이겠죠.) 그러다보니 어느덧 아이폰보다 더 오래 밀착해있고 더 오래 쓰는 디바이스가 되어있었습니다.

누군가 그랬죠. 돈을 쓸 때는 하루에 가장 오래 쓰는 물건에 돈을 쓰면 더 행복해진다고 말이죠. 제가 가장 오래 쓰는 물건은 사무실 컴퓨터와 아이폰, 애플워치인데 그 중 압도적으로 오래 쓰는 것은 단연 애플워치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애플워치를 지르기로 마음 먹은 것이죠.


이번에 애플워치는 반드시 애플스토어에서 배송 기다림 없이 출시 당일날 바로 쓰고 싶었습니다. 애플스토어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에는 애플 제품은 항상 출시 첫날 배송을 주문해도 하루~2주일 정도의 기다림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가로수길에 애플스토어가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당일날 픽업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11월 2일을 디데이로 표시해두고 출시되기를 기다렸죠. 그리고 11월 2일 8시에 기상하자마자 출근 준비도 안하고 주문을 바로 넣었습니다. 그 전에 국내에 풀린 애플워치 물량이 얼마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당일날 픽업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전 비교적 비인기 모델인 스페이스 그레이 알루미늄을 택했는데도 8시 30분에 이미 픽업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더군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은 생각보다는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평소에도 워낙 인파가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릴 줄 알았는데 스토어 안은 항상 있는 수준의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구경하는 일반 방문객들은 스토어 안으로 들여보내주고 구매 고객은 픽업 시간에 따라 줄을 세우고 있더군요. 구매 고객이 안에서 북적북적하면 구경하러온 사람들은 구경을 못하니 잠재 고객은 들여보내주고 이미 구매하는 사람들은 줄 세우는 신개념 운영 전략이었습니다. 구매 & 픽업하러온 사람이 어디가진 않을테니 좀 더 합리적인 리테일 운영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 서고 있는 동안은 신기한 풍경도 많이 봤는데요, 통제 인원에 비해 엄청나게 고객이 밀렸음에도 꽤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는게 인상 깊었습니다. 줄을 관리하는 직원은 단 두명이었는데도 통제가 잘 되더군요. 팬심이 만든 대단결인걸까요. 그리고 또 인상 깊은 것은 학부모들(..?)이었는데요, 어머님들이 많이 줄 서 계셨습니다. 직접 구매하러 오신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 자녀들 대신 줄 서기 위해 온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분은 아예 직원을 바꿔주시면서 주문을 하시고 대신 줄 서시더군요. 그 분들의 자녀 사랑에 고객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예약을 걸었음에도 거의 40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건은 스토어 안쪽으로 담당 직원이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꽤 혼잡하고 고객도 많은데도 고객당 전담 직원이 하나씩 붙습니다. 전담 직원이 물건이 올 때까지 응대해주고 물건이 오면 세팅 서비스도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전담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보면 애플스토어가 아니라 맥쓰사(...) 정도 되는 애플 동호회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품 이야기를 동호회 수준으로(?) 친근하게 풀어갑니다. 어차피 출시 당일에 사러온 사람들은 대부분 앱등이일테니까(...) 자연스러운 응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전담 직원과 꽤 오랫동안 대화를 하다가 애플워치를 드디어 픽업했는데 마치 로또 맞은 사람처럼 축하를 해줍니다.(공개적으로 소리질러가며 축하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담당 직원과 주변 직원들이 조용하게 축하해줍니다.) '우리 제품 쓰는 너희들은 정말 운이 좋은 거야' 같은 메시지를 마구 던집니다. 이미 큰 돈 쓴 고객이지만 웬지 수지 맞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좋게 스토어 밖을 나가죠. 이 좋은 기분은 그 다음달 카드 청구서가 올 때까지 유지될겁니다. 애플스토어에서 이번에 처음 물건을 구매해봤지만 이런 리테일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프리미엄 리셀러들은 인테리어는 잘 따라했지만 돈 쓰고도 찝찝한 느낌을 여러번 받았는데요, 애플스토어는 상당히 기분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애플스토어는 너무 붐비기 때문에 픽업 후 개봉은 인근 카페에서 진행했습니다. 얼마나 애플워치 자체에 정신이 팔렸는지 출시 당일 애플스토어 사진을 한장이라도 찍었을 법한데 카메라를 보니 개봉기 사진 밖에 없더군요. -_-

이번 애플워치 패키지는 전세대 애플워치보다 좀 더 두껍습니다. 원래는 시계줄과 본체가 같은 패키지에 있었는데 시리즈4부터는 별도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포장지 안에는 본체와 밴드 상자 두개가 같이 들어있습니다. 포장지 안쪽은 애플워치 무늬가 있는데 마치 백화점에서 고급 시계를 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포장입니다.
본체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본체와 악세사리만 들어있고 시계줄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세대 애플워치와 다르게 시리즈 4는 이렇게 전용 파우치(?)에 포장되어있습니다. 전세대 애플워치는 그냥 플라스틱 비닐로 쌓여져 있었죠. 알루미늄 모델이나 스뎅 모델 관계 없이 이런 포장입니다. 상당히 고급진 느낌이 듭니다.

악세사리 쪽은 이렇게 충전 케이블과 충전기가 같이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라이트닝 케이블을 주지 않지만 저 시계 충전 케이블이 더 비쌉니다. 충전기는 아이폰 구매시 주는 것과 동일합니다. 근데 시리즈 1 때는 케이블만 줬던 것 같은데 의외군요.

박스가 두꺼워서 저 부분 아래에 뭔가 더 있을까 열어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두꺼운 걸까요?

박스 아래에 있던 두번째 박스는 시계줄 박스입니다. 전 블랙 실리콘은 이미 갖고 있어서 스포츠루프로 주문했습니다.

스포츠 루프와 첫만남.

애플워치 본체와 시계줄만 따로 빼놓고 나머지 박스는 다 정리했습니다.

시계줄을 뺀 애플워치 본체는 만지고 있으면 (이런 표현 정말 싫어하지만) 뭔가 보석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담한 본체에 틈 없는 탄탄한 마감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이번 애플워치는 뒷면에 ECG용 금속 판과 세라믹 처리가 되어있어 더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듭니다.

시리즈 3에서 처음 등장한 스포츠 루프는 소위 말하는 찍찍이(?) 재질입니다. 밸크로로 줄 어느 부분에나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밀레니즈 루프와 거의 비슷한 방식의 나일론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스포츠 루프 착용 샷.

기존에 쓰던 시리즈 1 38mm와 비교입니다. 기기 자체의 크기도 약간 커지긴 했지만 (38mm vs 40mm) 내부의 화면 크기가 더 커져서 전체적으로 더 커져보입니다.

줄을 분리하고 비교해봤습니다. 사실 이렇게 놓고 비교해보면 세로 길이가 2mm 길어진거 빼고 40mm와 38mm가 크기 상 차이는 없습니다. 두께도 전세대(시리즈 3)에 비해 얇아졌지만 시리즈 1은 원래 더 앏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란히 두고보면 시리즈 1(과 전세대 디자인)은 좀 직사각형으로 각져 있는 느낌이고 시리즈4는 좀 더 둥글둥글한 느낌입니다. 모서리 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곡률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4가 좀 더 둥글둥글한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죠. 액정 유리 부분의 면적도 더 켜져보이는데 이건 착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뒷면도 엄청나게 달라졌죠. 그동안은 심작 박동 측정을 광학식으로 해왔지만 시리즈4부터는 금속 재질의 심장 박동 측정 방식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뒷면 전체가 세라믹으로 마감되어있습니다. 그 결과 스뎅모델도 아닌데 시리즈1보다 좀 더 반짝반짝해졌습니다.

원래 있던 스포츠루프를 분리하고 기존에 시리즈 1에서 사용하던 정품 블랙 밀레니즈 루프를 착용해봤습니다. 디자인이 꽤 달라졌음에도 전세대에 사용하던 시계 줄은 모두 호환됩니다. 사용하던 밀레니즈 루프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 스포츠루프는 쓸 일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달라진 디자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세대보다 더 잘어울립니다.

블랙 밀레니즈 루프 밴드와 시리즈 4 40mm 스페이스 그레이 알루미늄. 여전히 연결 부위는 이질적이지만 그래도 꽤 잘 어울립니다. 디자인이 분명히 달라졌는데도 이렇게 잘 맞는게 신기할 정도네요.

시리즈 1의 백업으로부터 복원이 완료된 시리즈4입니다. 더 커진 화면을 뽐내는 엄청난 정보들이 들어가있는 인포그래픽 워치 페이스를 띄워봤습니다. 

시리즈1이 미세팅된 상태로 돌아가 화면 크기의 체감을 찍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외형 크기에 비해 화면 크기 자체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죠. 애플워치 시리즈 4가 훨씬 시원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시리즈1이 급격하게 오징어가 되었네요.

일단 애플워치 시리즈 4 개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일단 본격적인 사용기는 좀 써봐야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첫 인상은 화면이 커진 것 외에 상당히 빠르다는 점입니다. 본질은 애플워치이고 Watch OS 5.0.1로 기존에 쓰던 것과 동일했기 때문에 다른 점은 크게 없지만 일단 속도 자체가 완전히 다른 수준입니다. 시리즈1은 약간 버벅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시리즈4에 비하면 완전히 굼벵이었다는 생각이드네요. 거의 아이폰 속도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입니다. 이 정도 속도의 프로세서가 이렇게 작은 디바이스에 들어가는군요(...)

아 그리고 시리즈1과 비교해 차이가 하나 더 있는데요, 애플워치 시리즈4의 내장 메모리 용량은 16기가입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1은 8기가였던거에 비해 두배정도 늘어났습니다. 애플워치는 내장 용량이 크게 의미가 없긴 하지만 셀룰러 모델이 아닌 경우 아이폰 없이 음악 재생할 때나 녹음 앱으로 녹음할 때는 꽤 중요하죠.

자 진짜 개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번에는 애플워치 사용기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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